얼마 전 15년 지기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 친구들과의 관계에도 여러 변곡점들이 있었는데요. 가장 최근의 변곡점은 15년 만에 모두의 MBTI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였어요. 하는 일도 성별도 다른데 모두가 INTP이었던 거죠. 그 후로 왜인지 서로 더 거침없어졌고 그 참에 여행도 가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에서는 즉흥적인 P들의 여행, 그것도 INTP들의 여행이 어떨지 많이들 궁금해했는데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아쉽지만(?) 저희 스스로도 신기할 만큼 순탄한 여행이었답니다. 물론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대로 하루 종일 걸어 다녔고, 미리 예약해둔 숙소를 날리고 밤기차로 2시간을 이동한 지역에서 급하게 숙소를 잡아 하루를 보내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제법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비슷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무의식 때문인지 저는 여행 내내 평소보다 더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한 것 같아요. 그래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모임의 존재가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지요.
평소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우리 모두에게, 가끔은 이렇게 있는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건 어떨까요? 그 시간이 우리 삶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거라 기대해 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