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신일숙 작가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 — 고등학교 시절, 밤새워 읽던 순정만화의 한 구절이에요.
이 문장이 문득 떠오른 건 얼마 전, 엄마와 반려견 봄이와 함께한 이탈리아 여행 덕분이에요. 여행은 늘 설렘으로 시작하지만, 막상 현실은 “돈 주고 왜 이 고생을…” 싶은 변수 투성이잖아요.
피렌체에서 베네치아로 향하던 날, 전광판엔 60분 지연.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했지만 도착 직전 멈춰버렸고, 곧 “돌아오는 기차가 파업으로 취소됐다”는 메일이 도착했어요. 앱은 먹통, 역은 아수라장. 트랜이탈리아도, 버스도 모두 매진.
그때, 기적처럼 15:17 열차가 앱에 떠서 혹시나 예매했는데 역무원이 “이 열차는 시위에 참여 안 해서 갈 거예요”라고 하더군요.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오자 모두가 환호했고, 저도 무사히 피렌체로 돌아왔습니다.
그 순간, 다시 떠올랐던 그 문장.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삶도 그렇죠. 예상치 못한 변수 덕에 우린 다시 감사함을 배우고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 예측불허의 하루이지만, 그래서 더 기대되는 오늘입니다. 정은 드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