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절기 중 봄 유닛의 마지막 멤버 ‘곡우’의 영업 글을 한 번 써볼까합니다. 입춘이나 동지는 많은 분들이 바로 떠올리지만, 곡우나 상강 같은 절기는 이름조차 낯선 경우가 많습니다. 절기마다 생겨난 시기가 다른 것도 아니고, 똑같이 2500년 전 중국에서 만들어져 한국에선 삼국시대부터 사용했는데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요?
현대인에게 절기의 인지도는 해당 절기에 이벤트가 있는지, 또는 관련된 음식이 있는지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지도가 높은 절기인 ‘입춘, 동지, 하지’ 같은 경우 ‘동지팥죽’처럼 명확하게 먹는 음식이 있거나, ‘입춘대길’처럼 여전히 행해지는 풍속(이벤트)가 있죠. 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동지, 하지 처럼 천문학적 특징이 뚜렷해서 과학 시간에 꼭 배우는 경우도 있구요.
반면 곡우나 망종, 상강 같은 절기는 전통 농경사회와 더 단단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른다는 곡우, 씨를 뿌리기 좋은 때를 뜻하는 망종은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인의 삶에서는 접점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절기들이 현대에 들어 자연스럽게 희미해진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단순합니다. 모두가 입춘과 동지를 기억할 때, 저는 조용히 곡우의 이야기를 하는 거죠. 사실 오늘이 바로 그 곡우입니다. 기억할만한 이벤트도, 대표 음식도 없지만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라는 절기라니 좀 더 하늘과 맞닿아 있는 대자연의 멋있음이 있는 멤버랄까요. 세상에는 유난히 잘 보이는 존재도 있지만, 제 몫을 묵묵히 해내는 비인기멤도 역시 분명한 매력이 있으니까요.
-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라는데, 오늘 비는 안오지만 풍년이길 바라는 혜림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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