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팬들 사이 이런 말이 있습니다. “XX와 나는 남이다.” 줄여서 ‘X나남’.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경기에서 어처구니없는 플레이로 패배했을 때,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쟤들과 나는 남이다. 스트레스받을 일 아니다. 난 괜찮다. 일종의 정신 승리이자 멘탈 보호 기술인 셈이죠. 저만 해도 밤 10시쯤, 롯데가 또 지는 것이 확실해 지면 혼잣말처럼 중얼거립니다. “롯나남… 롯나남…”하고요.
갑자기 웬 줄임말 이야기냐구요? 요즘 저는 이 ‘X나남’의 정신을 일상생활에도 적용해 보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처음엔 오늘 레터의 제목을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법’, ‘일하며 멘탈 관리하는 법’같은 제목으로 붙여볼까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멘탈 관리 초보라 누군가의 인생 조언처럼 보이는 글보다는, 더 하찮고 소소한 저의 방식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일상에서 누군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괜히 마음이 헝클어질 때가 있습니다. 마음속에서 그 말이 계속 반복 재생되며 부풀고, 결국 판단까지 흐려지는 걸 느끼죠. 그럴 때 저는 ‘저 사람과 나는 남이다.’ 라고 되뇌며 잠시 선을 긋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짧은 중얼거림 하나가 저를 생각의 늪에서 꺼내어줍니다. 어떤 말이나 행동을 나와 동일시하지 않을 때, 더 객관적인 대응이 가능해지더라고요.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누르는 게 아닌, 감정과 나 사이의 거리를 확보하는 일. 이것이 제가 요즘 훈련 중인 멘탈 관리의 핵심입니다.
살다 보면 감정과 생각에 휩쓸릴 일이 참 많잖아요.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걱정이 한가득인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고요. 그래서 오늘 이 레터를 읽고 계신 분들도 한 번쯤 따라 해보셨으면 합니다.
‘X나남… XX와 나는 남이다.’
이 짧은 주문이 의외로 꽤 괜찮은 방어막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
- 단단한, 강철 멘탈을 가지고 싶은 혜림 드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