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저녁, 조커와 할리 퀸이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장면을 봤습니다. 광기와 사랑, 무력함과 해방감이 얼기설기 뒤엉킨 사람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떠올랐습니다. 혹시 우리도 일종의 폴리 아 되(Folie à deux)인 건 아닐까 하고요.
폴리 아 되(Folie à deux). 둘이 함께 미친다. 말만 들어도 위험한 이 단어는 사실 아주 인간적인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그건 단순한 정신병적 전이만은 아닙니다. 어떤 신념을, 감정의 진폭을, 이 미친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누군가와 나눌 수 있었다는 경험이기도 하니까요.
돌이켜보면, 우리가 함께 만든 시간은 어쩌면 항상 ‘비정상’이었습니다. 정해진 매뉴얼도, 안전한 답도 없는 길을 묵묵히 헤쳐 나갔고, 때론 너무 앞서가거나 너무 많은 걸 감당하기도 했죠. 세상은 그런 걸 ‘미쳤다’고도 했을 수도 있지만 멋지다고도 했고, 사실은 우리만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 모든 감정이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정말로 멋진 경험이었음을요.
매일의 일은 고단했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기꺼이 같은 리듬으로 흔들렸습니다. 누군가의 아이디어에 전염되고, 말도 안 되는 계획에 매료당하고, 성공보다 과정에 더 몰입하는 ‘공동의 광기’를 품은 팀. 제게는 그것이야말로 진짜 팀워크였고, 동료라는 단어의 온도였습니다.
앞으로도 누군가와 다시 ‘함께 미칠 수 있는’ 일을 찾아갈 수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힘을 내고 싶습니다. 여기서의 시간이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가르쳐주었거든요. 그리고 언젠가 돌아와 더 큰 힘이 될 자신을 믿고 싶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함께, 참 멋졌습니다.
- 스얼을 아끼는, 민혜 드림 - |